수집

황인숙, <해방촌 고양이>

은은 2011. 3. 6. 18:14

작년에 나온 황인숙 시인의 산문집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음.
대체로 그녀의 관심사는 고양이, 돈, 체중 쯤이라고 할까.
벼르고 벼르고 별러서, 칙칙하지 않은 것들로 꾸미느라고 했을 것이 분명한데
가난과 몽상이 차마 남루하고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 때문일까, 나 때문일까.
맘에 들지 않는 꼬라지나 사람들에 대해 언급할 때도 전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센 적의가 느껴졌다.
그녀를 알지 못하니 뭐라 말하지 않는 것이 옳겠다.
(이렇게 비교될 바는 전혀 아니지만, 그에 비하면 김소연 시인은 얼마나 약았는지.)
어느 한 편의 글에서 그녀가 시집을 여섯 권이나 낸 것을 자조하는 듯한 내용을 읽으며 이 나라가 급격히 정나미떨어지고 있고, 나 또한 급격히 정나미떨어지는 인간이 되어 왔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다시 읽어 보니 처음 읽을 때처럼 무겁지 않았다. 예전처럼 산뜻한 맛이 났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황인숙의 맛'이랄까. 그 정체가 뭔지 이제야 조금 짐작한 기분이다. 한 산문에서 그녀는 일기를 다시 써 보자고 생각하다가 곧 '남에게 상처를 주는 글도 나의 비밀을 털어놓는 글도 써서  남기고 싶지 않다'고 썼다. 그녀의 상큼한 산문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