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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리 '시장의 사랑'에서
은은
2011. 6. 14. 11:10
"...그녀는 투와 자기 자신의 사랑을 믿었고, 그들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희생을 믿었다. 그러나 삶은 불가해한 것이기 때문에 민과 투는 사랑에 빠졌고, 샨샨의 마음 속에서 짝이 맞지 않는 섹스를 했다. 때때로 그녀는 민을 자신으로 바꿔 놓고 자위를 했다. 투와 그녀가 더 잘 맞는 것 같았다. 샨샨이 어머니의 난로 옆에 앉아 아장거리던 아기이고 투는 옆 과일 가게의 작은 남자아이이던 때부터 그들은 놀이 친구였다. 가슴이 터지도록 아름다운 상상 속의 섹스를 한 후 그녀는 울었다.
더 이상 자기의 상상을 견딜 수 없게 되자 샨샨은 해바라기씨를 먹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매일 밤 그녀는 몇 시간씩 해바라기씨를 까며 앉아 있다. 일어나서 침대 밖으로 나오기 전에 제일 처음 해바라기씨 봉지로 손을 뻗는다. 껍질이 머릿속에서 아작아작 터지면 침착해지면서 옷을 입은 투와 민을 상상할 수 있다. 그들 둘 다 그녀에 대한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은 고통스럽고 언제까지나 고통스럽겠지만,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투와 민이 서로에게 한 결혼 서약만이 의미 있게 남아 있다. 그녀는 그들을 남편과 아내로 만든 사람이고, 그들이 그 사실을 서로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러워한다 해도 그녀는 자신의 용서로 그들을 축복하고 저주하는 수호천사가 되어 언제나 그들의 결혼 침대 위에 떠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들은 십 년이나 지나 결혼을 끝냈는가? 그들은 그녀에게 한 약속을 한 번 깼다. 아니, 두 번 깼다. 이혼을 하고 그들 둘 다 그녀의 고귀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니, 그녀는 이제 무엇이 될 것인가?..."
-2005 베리타스북스, 송경아 옮김, <천년의 사랑> 128-129
샨샨은 친구인,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다운 천안문 광장의 자유의 여신 민의 미국행을 돕기 위해 자신의 연인인 투와 민의 위장 결혼을 꾸몄다. 미국으로 건너가 민이 미국에서 제자리를 찾으면 투는 민과 이혼하고 돌아와 샨샨과 결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샨샨은 베이징의 교원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지방 도시로 돌아와 영어 교사가 되고, 처녀인 채로 늙어간다. 투와 민의 뒤엉킨 벗은 몸의 환영에서 헤어나려고 그녀가 먹은 해바라기씨를 팔던 가게 주인은 견과류에 아편을 섞어 판 죄로 잡혀간다. 중독된 평온.
십 년 만에 투가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샨샨의 홀어미는 샨샨에게 투에게 가야 한다고 설득한다.
투와 민 역시 그들의 침대 위를 떠도는 샨샨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느 한쪽은 자유로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두 사람 모두 가볍게 잊고 그저 그들의 미국에서의 삶을 살고, 그들만의 오롯한 동기로 이혼을 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이든, 샨샨의 삶.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을 품고, 두 사람과 연관되지 않으면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린 샨샨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