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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실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은은 2015. 1. 8. 11:16

* 메어리드 번의 <천국에서 (남은 것 중) 제일 좋은 것>은 모든 대목이 일상을 장악하고 변형시켜 통찰로 바꾸는 내용이다. 그녀는 세상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이를테면 컴컴한 거리에서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이 지나치며 주뼛주뼛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장면조차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삶을 '되찾는다'. (183쪽)

 

-삶을 '되찾는다'에 밑줄 열 번.

 

* 훌륭한 책은 아니고, 아마도, 사실은, 궁극적으로는 좋은 책도 아닐 것이다.그러나 이 책은 어쨌든 지루하지 않다. 내게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의무감에서 읽고 싶진 않다. 세계의 역사에는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책이 수백 권은 있다. 나는 그저 깨어 있고 싶고, 지루하지 않고 싶고, 기계적이지 않고 싶다. 나는 내 삶을 구하고 싶다.(188쪽)

 

-죽도록 사랑하는 책 ; 나에게 그런 목록이 있을까.

-나는 내 삶을 구하고 싶다. ; 미 투! 그러나 이 분처럼 얌전히, 재미있는 책 목록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지난날의 잘못, 큰~잘못을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능하긴 할까. 오이디푸스가 떠올라 우울하다.

 

*나는 예술이 삶이라는 폭풍우에 대한 피난처라는 모더니즘의 손쉬운 주장에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나는 살아낸 삶이 일종의 예술이나 실패한 예술이 되는 방식에 무척 끌리고, 마찬가지로 살아낸 삶에 대한 이야기가 예술이 되는 방식에도 끌린다.(196쪽)

 

-어쨌거나, 삶에서 멀리 갈 수 없는 부류의 인간들을 위한 예술

 

*나는 작디작은 그림을 사랑한다. 추상적일수록 더 좋다.(204쪽)

 

*카프카는 텍스트의 자극에 남달리 예민해서 한 번에 책을 두어 쪽씩만 읽었고, 몇 편 안 되는 글만을 읽고 또 읽었대요. 그는 독서 습관이 괴상했고, 시작한 건 끝을 보는 완전주의자도 아니었어요.

 

*내가 머지않아 죽을 거라는 사실이 한 가지 좋은 점은 무엇에든 가짜로 흥미 있는 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이봐, 나는 죽어가고 있다고! 조지프 헬러의 회고록 <때때로>를 보면, 마리오 푸조가 조지프의 병실에 찾아와서 부러움을 드러내면서 '자네는 남은 평생 그 진단을 사회적 변명으로 내세울 수 있겠군' 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205쪽)

 

-사회적 변명 ; 일찍부터 꽤 갈구했었다. 실어증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고,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어떤 명분을 구해 볼까 하는 유혹(자해, 정신병원 입원 등)을 받았었지.

-가짜 흥미 ; 무의식중에 나도 이 기만에 엄청 당하고 있을 것이다. 읽을 책을 정할 때 등등

 

*두 죄수가 있었다. 그들을 똑같은 농담을 하도 자주 이야기한 나머지, 농담에 번호를 붙여서 번호만 말하게 되었다. 한 죄수가 감방 동료에게 말했다. "이봐, 27번." 동료는 웃지 않았다. "왜 안 웃어?" "네가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멋지다. 내용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스타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