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8 월
1.
어제 한 일 : 아이랑 목욕탕 간 일.
어제 못한 일 : 오늘까지 끝내 주기로 한 원고 쓰기.
토요일 첫눈이 둥둥 내렸고, 어린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따뜻한 옷을 입고 장보러 왔다.
일하는 가게 앞으로 중고생 혁명 깃발을 든 아이들이 구호를 외치며 지나갔다.
2.
(일요일 아침)
남편 : 그만 둔, 어린이교재 편집일을 배우면서 계속하면 안 되나?(지금 하는 육체 노동 알바 안 했으면 좋겠다.)
나 :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일 배우는 데 몸과 정신을 쏟을 만큼 그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맑은 정신이 10년?도 안 남았을 거다. 체력이 바닥이 나서, 아이 뒷바라지하고, 다른 일을, 정신적인 일이라도 많이 할 수가 없다.
남편 : 그럼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은 뭔가?
나 : 나는 내 인생을 구해야지!
3.
트위터의 어느 독서가께서,
세상에 왜 의미가 있어야만 하는가, 나는 어쩌다 우연으로 태어났고, 내 삶도 우연이고, '의미, 없이' 살다가는 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싫어하는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나는 무한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는데..
라고 트윗한 걸 봤다.
내 인생을 구한다고?
나는 뭘 바라는 걸까.
......
어떤 선택의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그런 운명적인 선택을 한 이후에
그 선택에 몸도 마음도 담기지 않는 삶, 아니다, 몸은 모르겠고, 아무리 해도 마음이 담기지 않는 삶=하루하루의 연속.
가장 긴밀한 사람과 '관계 없는 관계'가 쌓여가는 삶.
모든 건 우연의 결과이고, 의미 같은 건 없다,고 한번 생각해 보려니
<화양연화>의 이별 연습하다가 펑펑 우는 그 장면이 연상되네...
모든 건 우연이고, 누구의 삶이나, 이 세계에도, 의미 따위는 없고,
그러자 엉엉 울게 되는 이 울음은 왜지? 뭘까?
죽을 때 이 울음이나 그치고 죽을 수 있을까?
울면서 태어나서 울면서 간다는 신파가 진정?
4.
나는 내내 나 없는 유령으로 헛돌다가 조금
나 있는 데로 움직여 가고 있는 것 같은 감인데,
'나 있던 데'란 슬픔과 눈물바람인 데인데, 그러면 아이를 그런 데로 데리고 가야 한다.
그림자도 없이 떠도는 유령 엄마보단 그림자 있는 서러운 엄마가 그래도 좀 더 나을 거야,라고 생각해 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