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5 원주시청앞
* 십 년 전의 블로그 포스트들을 주섬주섬 읽어 본다.
* 거의 십 년 전쯤에 읽었던 책들인 것 같은 김혜리 기자의 책을 뒤적뒤적 읽어 보고 있었다. '핫한' 새 책들에 참 마음 붙이지 못하겠던 것과 다르게,
김혜리 기자의 그림 일기와 영화 일기들은 읽을 수 있겠더랬다.
* 거지같지만 다시 봄이고, 다시 원주에 왔다.
* (우주적으로 봤을 때) 사람은 찰나를 살다 가지만 마음속에는 영원이 깃든다.
는 아포리즘을 어딘가에서 봤다.
* 살아온 내용의 90%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온 시간을 다 알고 있고, 그것이 지금 여기 나라고 여기고 있다.
* 오랜동안 까먹고 있었을 뿐인 감정?을 다시 느낀다. 외로움, 막막함, 두려움, 서러움...이딴 것.
원래 나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있었는데 없어진 게 아니야..
* 과거를 짓뭉개는 방식으로 말고, 그냥 '삶을 다르게' 이끌어갈 수 있기를.
* 김혜리 기자의 인터뷰 산문집의 이창동 영화감독 인터뷰에,
감독이 아들을 잃은 일에 대한 질문과 답이 있었는데 무슨 질문인가에 대해 답하면서 '사람이 그런 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이라고 하는 말이 있었고, 덧붙여 '나는 나왔다고 생각하는데,'라고 한 부분.
또,
트위터의 어느 분이 그 분 본인은 대학원 시절부터 계속 정신병을 앓아 왔고, 그것이 교수 임용된 지 5년쯤 되는 이제야 치료가 되는 것 같다고 쓴 글을 봤다. 대학원에서 학위 딸 때도 계속 약을 먹고 병원을 다녔다고, 인생 최악의 시기였고 그때 자신의 내면에 있던 많은 것을 잃고 망가뜨렸다는 식의 내용이었는데, 그것도 마음에 담겼고.
요는, 사람이 십 년 또 더 긴 시간 동안 짓밟히는 기분으로 어떤 경험을 하며 사는 것은 아주 특별히 운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과, 세상에는 정말 불쌍하고 괴롭게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마도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자는, 생각하게 된다는 얘기.
끝내고 나오고 싶다면 나 혼자 해내야만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