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만 10개월을 향해 가는 지우, 요즘은 혼자 앉아 있다가 넘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아빠는 직장 엠티 가고 나와 둘만 있던 오늘, 오후 낮잠 시간이 다 되어 매트 안 깔린 마루 위에 앉아 있다 제대로 뒤로 넘어졌다.
앉혀 놓고 들고 놀 장남감(?) 하나 들려 주고 다 끝난 빨래 꺼내오려고 뒤돌아서 세탁기를 향해 몇 걸음 걷는데 쿵, 소리가 나
달려가 안아 주면서, 이렇게 넘어지는 일이야 다반사가 아니겠는가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 녀석이 엄마 떠밀어내며 서러웁게 울더니 마치 큰 아이처럼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흑흑 울다가 그대로 엎드려 잠이 드는 거였다.
한 시간 남짓, 녀석이 자는 내내 나는 여행에서 돌아온 엉망인 젖병과 이유식기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잠에서 칭얼대며 깨어나더니 잠들기 전을 이어서 고래고래 울음을 우는 것이다.
숨이 넘어가게 켁켁거리며 안아 주어도 마구 밀쳐내고 데굴데굴 구르듯 한참을 우는 것이다.
혼자라 나중에는 겁이 날 지경이 되어 외할머니와 아빠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랑곳없이 울어제끼던 녀석이라니.
손에 장난감을 쥐어 주면 잠깐 들여다 보고 그칠 듯하다 또 울고, 좋아하는 꿀벌책을 읽어 주었더니 한참 들여다보는 듯하다가 또 울고, 우유를 물려도 먹지도 않고.
그래서 너 한번 울어 봐라 하고 앉혀 놓고 싱크대 앞에 가서 젖병을 씻고 있으면 발악하듯 울면서 기어 부엌으로 오는 것이다.
그래 앉아 들어올려주면 또 마구 밀쳐내고.
나중에는 꼭 끌어안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책을 외워 주었더니 진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우유를 먹고 기운이 나서 헤헤하며 놀고, 전에 없이 엄마 다리를 베고 누워서 놀기도 하고.
녀석, 왜 그리 운 것이냐.
실수로 뒤로 넘어져 머리 찧은 게 너무도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냐.
엄마더러 저를 좀더 잘 보지 못한다고 항의를 한 것이냐.
암튼, 녀석아, 자신에게 그렇게 과하면 안 된다.
너 같은 아기들은 모두 앉아 있다가 뒤로 자빠져 머리를 맨땅에 부딪히기도 하며 크는 것이다.
자기에게 그리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지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