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임신한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한시도 아이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것일까.
그러니까 그 순간부터, '실존'에 대한 모든 생각의 단위가 '나와 아이'의 두 겹이 되는 것일까.
세상에는 천차만별의 엄마들이 있으므로 아마 모든 엄마들이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겠지만,
남편이 출장 간 날부터 며칠간, 나는 너무나 흥이 나서 내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봉올이의 존재에 집중하지 않고 말이다. 커피도 마시고, 변비와 부풀어 있는 몸이 싫어서 저녁을 거르고 잠들기도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가만히 돌아다보면 참 이기적인 사람들이었다.
'이기적'이란 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엄마의 경우는 엄청난 나르시시스트였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인간적인 애착을 느껴 보지 못했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차라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고모들과 그런 애착이 더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남편을 보면, 내가 참 아버지 어머니스럽다. 이기적이고, 누군가와 인간적인 애착 관계를 어떻게 만들고 계속해 나가는지를 알지 못한다. 누군가 내 존재를 넘어서 들어오게 하고, 그걸 받아들여 내 존재의 형태가 변해 가도록 용납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둘 줄을 모른다.
봉올이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나는 절대로 자식에게 미안해하는 부모는 되지 말자는 각성을 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