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그늘 3

뉴욕

뉴욕. 내일 출발, 5박7일 일정으로 뉴욕을 간다. 어제 말복을 지나고 오늘 날은 흐리고 가을 넘어갈 기미가 완연한데마음이 향하는 강원도 고원의 지명들, 사무치는 공기의 냄새와 풍경의 색조를 멀리 두고 떠올리며몸은 뉴욕행 여행짐을 챙기고 마트에 나가 구입해 올 물품들 목록을 점검하고 있다. 뉴욕에는 나를 끄는 무엇이 전혀 없는가, 진정?아는 만큼 욕망하게 되는 거라 치면 마음도 몸도 욕망도 다 늙어서 이제 그게 어디든..작년 2월 처음 뉴욕행 때만 해도 꼭 가서 눈으로 보고 싶은 설치 작품들이 있었는데 말이다. 녹색에서 광채가 빠지고 하늘에도 한 겹 빛을 차단하는 필터가 끼워진 듯한 창 밖의 색감을 보며뉴욕에도 이 환절의 느낌이 도달해 있기를 바래 본다.그리하여, 이번 여행은 여름의 끝에서 가을이 오기 ..

일기/그늘 2025.08.11

사진

"...그는 이 기간 동안 엄마의 다섯 살 때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그 순결한 소녀를 향해 한없이 빠져들었다. 의 번역자인 김진영의 설명처럼 '사진은 말하자면 부재 속의 실재라는, 있을 수 없는 존재의 실존이 기술적으로 그러나 마술적으로 구현된 이미지'다. 또한 죽었으면서도 살아 있는 존재처럼 산 자에게로 귀환하는 유령 이미지다. 바르트는 사진을 통해 죽은 어머니의 현존을 경험했고, 이라는 사진론을 쓰기 시작했다...."-나희덕, 120쪽,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를 애도한 방식과 글쓰기 부분 이 부분을 읽다가 나는 당연히 '아버지'를 떠올렸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사진을 본 적이 있던가, 일부러 찾아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왜 제대로 아버지 사진을 찾아보고 들여다보지 않았나, 왜..

일기/그늘 2025.04.27

20161124 목.

오십이 되어 가는 이 마당에, 골똘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바로 나이다. 전폭적으로, 내가 '그러하다고 알고 있던 사람'인 나는 없다는 것. 글을 잘 썼던 나, 기억력이 좋았던 나, 책을 읽고 잘 이해했던 나, 직관이 뛰어났던 나, 연민이 많고 선한 나.... 이런 나는 여기 없다는 것을, 나란 늘 생각해 오던 것보다 훨씬 더 전폭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할 일... 오늘 여기 있는 나는 어떤 인물인가. 어떤 기쁨과 슬픔이 있으며, 어떤 버릇과 취향을 가졌는가. . . . **논점 일탈 : 내 책상과 의자가 집안에 하나 있다는 것의 이 엄청남! 집안에서 내가 나일 수 있는 귀퉁이 장소가 한 곳 있는 것만으로 나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바짝 다가가 들여다 ..

일기/그늘 201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