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니 5

울음

만 10개월을 향해 가는 지우, 요즘은 혼자 앉아 있다가 넘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아빠는 직장 엠티 가고 나와 둘만 있던 오늘, 오후 낮잠 시간이 다 되어 매트 안 깔린 마루 위에 앉아 있다 제대로 뒤로 넘어졌다. 앉혀 놓고 들고 놀 장남감(?) 하나 들려 주고 다 끝난 빨래 꺼내오려고 뒤돌아서 세탁기를 향해 몇 걸음 걷는데 쿵, 소리가 나 달려가 안아 주면서, 이렇게 넘어지는 일이야 다반사가 아니겠는가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 녀석이 엄마 떠밀어내며 서러웁게 울더니 마치 큰 아이처럼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흑흑 울다가 그대로 엎드려 잠이 드는 거였다. 한 시간 남짓, 녀석이 자는 내내 나는 여행에서 돌아온 엉망인 젖병과 이유식기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잠에서 칭얼대며 깨어나더니 잠들기 전을 이어서 ..

뭐하니 2012.08.26

아흥이

임신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뭐 하나 사정이 괜찮은 게 없다. 총체적인 이유라면 역시 너무 노쇠한 내 몸. 그래도 별일 없을 거라고, 모든 엄마들이 그러듯 철썩같이 믿고 있지만. 이제 아흥이를 낳을 준비를 해야 할 때란 생각. 몸에 힘도 붙이고, 숨 잘 쉬는 훈련도 하고, 겁내고 망설일 때가 아니다. 아흥이 먹일 것, 입힐 것, 재울 것, 씻길 것, 차근히 마련할 일.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씀, 잊지 말 것.

뭐하니 2011.09.02

봉올이

엄마들은 임신한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한시도 아이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것일까. 그러니까 그 순간부터, '실존'에 대한 모든 생각의 단위가 '나와 아이'의 두 겹이 되는 것일까. 세상에는 천차만별의 엄마들이 있으므로 아마 모든 엄마들이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겠지만, 남편이 출장 간 날부터 며칠간, 나는 너무나 흥이 나서 내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봉올이의 존재에 집중하지 않고 말이다. 커피도 마시고, 변비와 부풀어 있는 몸이 싫어서 저녁을 거르고 잠들기도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가만히 돌아다보면 참 이기적인 사람들이었다. '이기적'이란 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엄마의 경우는 엄청난 나르시시스트였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인간적인 애착을 느껴 보지 못했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

뭐하니 201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