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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

은은 2012. 12. 16. 14:02

1. 아주 오랫만에, 티비로 사 본 영화. 소문에, 이 영화를 만든 젊은 캐나다 여인(이 여인의 첫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노년의 부부 중 부인이 치매에 걸려 점점 남편을 잊어 가면서 요양원에서 다른 노인을 사랑하게 되는 얘기였다. 그런데 생각해 내 보려고 해도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캐나다의 침엽수림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전에는 종적이라도 희미했는데, 이젠 그냥 캄캄)이 레너드 코헨의 노래 'Take this waltz'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여, 영화보다 먼저, 극내에서 절판된 레너드 코헨의 'Im your man' 앨범을 무려 해외 주문하여 한동안 그 노래를 들었다. 이국의 젊은 영화 감독 때문이 아니라, 예전, 남산 황인숙 여사의, 이 노래에 대한 글이 떠올랐기 때문에.

내 맘대로 가사를 대충 해석하면서, 이 제목을 '이 왈츠를 추어요' 정도로 여기고 있었는데, 영화에서 노래가 나올 때 밑에 자먁을 보니 '이 왈츠를 받아(줘)요.'.

어느 것이 맞든 난 내 생각대로 계속 믿으며 노래 들으련다.

 

2. 지우가 자는 동안 처음 4분의 3 정도를 볼 때는, 하필 겨울비가 주루룩 내리는 날이어서였나, 무려 휴지를 뜯어 눈물을 닦아 가며 보았다. 28세이기는 하지만(-_-;;) 여주인공의 절실함이 너무나 절실히 왔다. 결혼 기념일인 연인을 위해 뚱뚱한 그 남편까지 인력거를 태우고 저녁 거리를 달리는 남자 주인공의 보라색 셔츠의 등과 앙상한 팔과 달리는 운동화를 볼 때, 등등.

결혼 5년차, 아이 하나 낳은 40대 아줌마로서도 이 영화를 보고 운다는 것은, '나에게도 새로운 남자가 필요해'가, 당연히, 아니라,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운명에 대한 조의와 슬픔일 터이고, 한때 타올랐던 내 안의 '사랑의 불'에 대한 갸륵함과 회한일 터이고. 그리고 눈물이 날 만큼 그건 좋은 거였다는 것의 증명.

 

3. 종교에의 귀의가 아니라면, 그 '시한부 열정'이 사는 일을 반짝이게 한다는 것은 엄연한 진실.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 절망이 되는 시절도 있지만, 영원한 것을 바라는 것은 어쩐지 그 본질이 독재자의 것과 닮았을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4. 아무튼, 사랑이라는 건, 사랑스럽다는 건, 단독자로서의 자신의 생을 인지하고,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지나갈 힘과 제정신을 지녔음을 기본 전제로 한다는 것.

 

5. 그리고 이런 생각이 영화의 어느 지점과 연결이 되는지를 말하자면 무척 복잡하게 오래 생각해야 할 건데 그러기 귀찮으니 그냥,

나는 사람들 틈에서 '나'가 되는 것에 대한 이상한 죄책감을 갖고 있는 듯한데, 일테면 내가 '나'가 되어 버리는 건 문을 꽝 닫는 것과 비슷하여, 남아 있는 사람들을 서운하게 할 거란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이건 아마, 성장기에 나를 둘러싸고 있었던 사람들이 서로간의 경계가 그리 분명하지 않은 존재들이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은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