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비, 일요일, 저녁, 아이와...
2. 마켓 컬리에서 누굴 주려고 주문했던 고구마를 까맣게 잊고 있다 열었더니 용케 몇 개만 곰팡이 나고 나머지는 쌩해서,
얼른 쪘다. 아까워서. 아이는 고구마 따위를 잘 먹지 않으니 핑계김에 이 빌라의 펜트하우스에 거하시는 분께 나눠 드리고.
맛있었다.
3.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이 눈에 띄길래 다시 들춰 보았다. 서른도 되기 전에 낸 '산문'이니.
최근에 박준 시인의 공전의 히트 친 산문집을 들여다 봤다. 내지가 갱지 같은 거라 그게 좋았고, 생각보다 이 시인은 부지런한 사회인이란 사실이 그냥 좀 서운하고 그랬고, 어떤 신파의 정서도 젊어서가 아니면 꾸려 낼 수가 없는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다들 살 만해야 우는 시늉을 할 수 있는 것처럼.
4. 어딜 나가보면 어떻게 그렇게도 사랑 받지 못한 티를 내는지!
달랑 내 인생의 일이면 나 그냥 평생 허기진 년, 엉덩이에 뿔난 년, 질긴 껍데기와 뼈다귀밖에 안 남은 골칫덩이, 불쌍하지만 멀리 돌아 얽히고 싶지 않은 년 되고 말텐데, 그런 게 '학부모'란 말이다.
가만히 빗소리만 들어도 좋을 이 밤을 결국 술을 따르고 거울을 애써 꺼내 본다.
에미 첫인상과 경거망동이 아이의 인연과 시간에 질곡이 된다, 거듭, 거듭, 거듭. 아이 곁에 얼쩡대지 말아야 해!!! 하등 도움 안되는 에미란 바로 나 같은 엄마를 손가락질한 말이겠다. 얘야, 정말 미안해. 너무너무 울고 싶단다.
5. 진심으로 미안하다면 제발 '노오력'을, 하는 척이라도 하라.
6. 그러나, 내가 뭐 그리 비상식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역시 선생쪽도 문제적 인물일 소지가 있다. 첫아이 입학식에 간 엄마가 뭐든 불안해서 나댄 것 정도 이상은 아니라고 보이는데,
7. 부모 노릇이란 엄마 노릇이란 어차피, 인생 하나 망치는 일 도맡아야 하는 거...
8. 그래도 어젯밤엔, 아주아주 오랫만에, 그랜드캐년 같은 협곡을 백 개는 넘은 것 같은 장소에 도착한 심정으로, 진짜 편지를 한 통 썼다. 씨발,을, 시바알,정도로 순화시킬 만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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