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샤이니라는 아이돌 그룹의 리더였던 사람이 죽었을 때, 그를 사랑하였던 많은 팬들 중 어느 한 분이
'종현, 너를 2017년에 두고 간다.'고 쓴 걸 보았었고, 그 한 마디는,
생각할수록,
오래 고여 썩어 있던 내 시간의 연못 둑에 구멍 하나를 내준 것 같다.
나는 오래 울지도 못했다. 울었어야 할 일은 차고 넘쳤고 말이다.
2. 딸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요즘 졸업 공연 준비가 한창인데,
그 유치원을 다니는 지난 일 년 동안 나는 마음에 지옥을 여러 번 들여놨었다.
속물적인 계산과 추측과 강박과 망상이 뒤엉켜 아이가 유치원에서 지내고 온 하루하루를 의심과 피해의식의 양날로 분석했다.
그런데 졸업식이라고, '잘있거라 친구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이런 노래를 부른다.
우리가 모두 어쩌다 시간의 배에 올라탄 우연의 존재들, 모든 순간은 다시 가질 수 없다는 걸, 모든 인연은 시작되고, 살고, 끝난다는 걸.
확 일깨우는 시즌이지, 2월, 프리지아 향기 속에서.
3. 하여,
날 풀린 날 지난 겨우내 먼지 덮어쓰고 있던 눈더미처럼 녹아 흐르는 이 애달픔과 안타까움이 반갑고도 속절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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