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턱뼈는 '돈을 주고' 잘라낸 것이고 손 무덤은 '돈 벌려다' 잘려 나갔다. 턱뼈는 자해(?), 손 무덤은 피해다.(턱뼈도 깎아 내는 사람들이 주로 여성이라는 점, 이것도 피해다.) 두 가지 현실은 인식론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생각대로 사는 삶과 몸에 근거한 삶이 그것이다.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라? 내가 몹시 경계하는 말이다. ...
'불필요한' 성형 시술은 사회적 요구를 몸에 실현하여 체제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한 대로 사는 것은 '지금 자기'를 부정하고 욕망을 따르는 가치 지향적 삶이다. 그 가치가 바람직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이 말은 경쟁 사회의 자기 다짐이고, 다이어리 첫 장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경제적 성취든 인격과 실력 배양이든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은 객관적이지도 중립적이도 않다. 몸은 사회적 위치성과 당파성의 행위자다. 예를 들어 '산업재해 당한 몸', '노동하는 몸', 성 폭력 겪은 몸'에서 시작하는 삶. 이것이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몸과 의식은 하나다.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그것은 모두 몸이다. (73~74) --손 무덤, 박노해
* 권력 관계가 지배자의 성찰로 바뀌는 경우는 없다. ... 이것은 모든 권력 관계에 해당한다. 인간은 요구나 투쟁이 아니라 상대방이 기존과는 다른 반작용을 행사할 때 변화한다.(91) --고정희 시전집
* 모든 비극은 경험의 시간차에서 온다. ...사랑한다, 사랑했다. 이게 서로 반대야....이별 즈음에 상대방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고 그런 상대를 사랑한 자신조차 누군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래서 연애는 자기 모멸로 끝나지만 않아도 성공이다.(93~94)
*하지만 원인은 투명한 균질성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들의 복합이다.(하이브리드!) 원인 자체가 관찰 이전부터 이미 운동하고 있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려는 노력, 이것이 흔히 말하는 근대성의 폭력이다.
* "내게 설명해줘!"는, 책의 6장 "'유기(遺棄)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들' 중 소제목으로 나온다. "왜 나를 버렸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이에 대한 상대방의 태도는 다음 중 하나다. "나도 몰라, 나도 그게 알고 싶어." 혹은 "이유는 네가 더 잘 알잖아."
"내게 설명해 줘!"는 탈식민지 정신분석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인 '피해자의 정체성' 콤플렉스를 요약하는 문구이다. 피식민자는 이 질문에 시달리기 마련인데, 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의 나는 상대방으로 인한 결과(피해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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