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얼레를 푸는 밤
얼굴이 자꾸 반으로 접힌다
목 뒤에서 머물다 간 바람
기다리다 파김치처럼 죽고 싶다
퍼렇고 거무죽죽하게 검버섯 피어
이게 내 사랑이라고
쉰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다
바이올린을 타고 밤을 여행하고 싶다
슬리퍼 안에 들어가 추운 잠자고
일어나 낯선 창가를 서성이다,
어느 집 부엌에 핀 고요한 아침에
가만히 이마를 대고 싶다
실 끊고 사라지는 오래된 마음을
얌전히 놓치고 싶다
--박연준,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지난 주말의 탈세계감은
봄신령이 지피느라 그런 모양,이라고 정리.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뼛가루 묻은 나무 서 있는 언덕 위에 올 봄 풍경 그려 보다
내가 이제 그리할 마음이 되어 나의 성분을 거두어 돌아간다면
딸아이는 무엇일까.
전일한 한 사람의 성분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라, 팔자에도 없는 저 낯선 지명과 이방의 일가와 그들의 내력의 지분을 상상해야 하는 이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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