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전시(이달 20일까지, 성곡미술관)나 또 보러 갈까 한다.
사진은 잘 모르니, 그녀의 사진들 보면 아 이런 사람들을 찍었군, 자기 자신은, 수줍은 방식으로, 그렇지만 끈질기게 찍었군, 감상 정도.
애들이나 돌보고 가난하게 고독하게 살다 죽은 여자의 평생이 거기 있어서 또 간다.
세상과 말 그대로 일대 일로 맞장 뜬 여인 하나가 거기 있어서.
그녀를 한번 더 생각하고 싶어서.
마지막 사진은 전시회와 다큐멘터리, 전시실에 비치되어 있던 사진집을 통틀어 가장 늦은 시기의 자화상이다. 1986년.
다큐에 따르면 죽기 전 15년에서 20년은 무척 힘들게 산 것 같다고 한다. (그녀는 1926년에 태어나 2009년에 죽었고, 일생 동안 15만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다큐에 등장한 노사진가는 그녀의 사진이 그녀의 의도와 상관없이 수집가 등의 손에서 임으로 편집되어 공개되는 것이 가장 우려할 일이라고 했다. 동감한다.
동감이라니, 이런 견해는 얼마나 멀리서 고상한 척하는 것인가.
아무도 진실된 값은 지불하지 않으면서 삶의 향기만은 갑부처럼 누리려는 이 디지털 야만 시대 한가운데
고상하고 정직한 그녀의 삶과 작품 전체가 무방비 상태로 던져진 것이다.
그녀 자신은 가난하여 인화조차 해보지 못한 그녀의 사진이 뉴욕의 갤러리에서 장당 이천 달러에 팔린다고 한다.
그녀의 사진들 중 일부를 구입한 목공기술자는 이제 더이상 목공 일은 하지 않고 '비비안 마이어 사업'에만 전념한다고 한다.
우울한 일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행복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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