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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unded Angel, Hugo Gerhard Simberg

은은 2015. 9. 18. 20:10

 

 

 

천사를 들어나르는 검은 모자와 갈색 자켓의 남자는 분명 소년들이다.

앞의 검은 모자 소년은 '누가 (또) 이런 짓을 저질렀어, 쳇' 하는 표정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는데, 뒤의 갈색 자켓 소년은 적극적인 힐난과 분노의 눈빛을, 그림을 보는 사람을 향해 쏘아 보내고 있다.

들것에 실려 가는 천사는 자신의 연약함이 부끄러운 것 같다.

천사는 나이가 없으니 이 천사를 소녀라고도, 처녀라고도, 아주 오래 산 여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어쨌든 분명히 이 천사는, '소년'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위로를 받는 자신의 처지를 조금 부끄럽게 여기는 것으로 나에게는 보인다.

 

세상의 선의라는 것은

그저 사춘기 이전의 소년들에게서나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 않은가.

 

(책의 그림을 사진 찍어 올린 것인데,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