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61017

은은 2016. 10. 17. 07:44

전에는,

내 마음이 다하지 않았는데 떠나는 사람의 등을 보는 것,

칼에 찔린 마음을 맡는 것,

관계를 잃은 것보다 열 배는 무거운 호승심,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곤죽이 되도록 있었던 모든 일들을 짓이기고는 했다.

생각건대, 간직해도 괜찮았을 텐데.

이제 와.

지녀 가지면 내 삶이었을 걸, 내치고 버리느라 나조차 다 내버려 버렸단 걸 안다.

허나, 가슴 먹먹하게도, 그게 사랑인 걸.

자기밖엔 못 찌르는 칼이라도 들고 날뛰어야 했던 게 젊은날 사랑인 걸.

미리부터 현자였으면 지금은,

이와 맞은편에 놓인 후회를 하고 있겠거니.

 

사람을 새로 안다는 것,의 사태를 놓고

우리는 얼마나 납작한 존재들인가만 골몰 중.

내일이 달라지지 않으리란 점을 천명처럼 받들어 놓고는, 그렇다는 한탄.

이 곳에서의 삶이란 게,

이 지옥만도 못한 남한에서의 삶이란 게,

순간마다 사람을 훼손하는 땅 위에서의 50년 세월을 버티고 났는데

어떤 기대가 있겠다고.

겨우 살아남아서, 감각이 희미하게 기억하는 어린 시절을, 멸망 이전을 더듬어 보는 것만 해도 갸륵하고 눈물겨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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