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빵과 장미, 나 다니엘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
블루칼라들의 시인, 이 감독 이름이...이제 생각나네, 젠장
모짜르트를 좋아한 남편이 진작부터 최고라고 얘기해 온 이 감독은 남편이 지구상에서 가장 애틋해하는 나라 아일랜드 사람..
나는 바흐를 좋아했고 왕가위, 오즈 야스지로, 허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이안,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의 영화를 주로 봤다.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를 봤을 때 심히 놀랐고, 세상에 나만 느끼고 생각하는 기괴한 짜투리 마음들을 같이 느껴서 그걸 영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구나...했다. 그동안 켄 로치는 너무 단선적이고 평면적이라 생각했다.
얼마 전 왓챠에서 <나의 올드 오크>를 보고 나는 외쳤다. "다 필요없어, 켄 로치가 짱이야"
미망의 허영 속을 헤매며 젊은 날을 보내고, 그 사이 죽지 못하고, 아이까지 낳고 키우며 50 중반이 된 가난한 아줌마가 도달한 미학? 내가 저와같이 확고히 외친 까닭은 단 하나,
삶이 벌어지는 땅의 가장 끝자리, 아마도 가장 밑바닥에 놓인 인물들이 끝내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을 그가 그려보이기 때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내일을 낫게 만들려는 계획과 실천을 놓지 않는 것, 자신을 멸시하지 않는 것, 자기존엄을 의심하지 않는 것,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고 실천하는 것..
단 한 순간, <나의 올드 오크>의 주인공 난민 소녀가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원주민들의 행패로 손에 들고 사진을 찍던 카메라를 떨어뜨려 카메라가 고장났는데, 다음날 '나의 올드 오크'로 찾아와 자신의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린 사람에게 수리비를 받아야겠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켄 로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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