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

차도하,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박참새, <정신머리>

은은 2024. 2. 19. 01:24

H언니가 읽고 있다고 말해 주어서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읽고 있다.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는데 그것조차 마음이 편치 않은 책이다.

책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 저자는 스스로 이 세상의 자기 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남은 이 책이 사람이다.

99년생. 불우하여 불행하게 살아야 했던, 아프다가 일찍 죽은 저자의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이런 격세지감을 처음 느꼈던 때를 기억한다.

김애란과 황정은이 등장했을 때 그녀들의 글을 읽고서였다.

지금 그녀들은 한국 문단의 중견이자 심사위원이 되었다.

너무 어린 사람의 일기를, 애초에 핏기 없는 얼굴로 힘없이 말하다 세상을 버린 친구의 글을 나는 읽고 있다.

사이사이 여행 예약을 하며.

어떤 편들은 시이고, 어떤 편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의 게시글 같고, 어떤 편들은...그러다 보면 이 에세이집은 사실 큰 두꺼운 시집이라고 한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박참새라는 이름의 시인은 유튜버이고 따로 등단의 이력이 없이 시집 한 권 분량의 시들로 김수영 문학상을 받으며 첫 시집을 낸 것 같다. 시집을 꼼꼼하게 다 읽지는 아직 않았고, 중간중간 손에 잡히는 페이지를 펼쳐 몇 편 읽었다. 참새 씨도 아프군. 아픈 젊은 여자들이 시를 썼고 쓰고 있군.

 

2006,7년 쯤 들었던 티벳 승려들의 경 외는 시디를 찾아내 다시 듣고 있는데, 그, 반은 노래 반은 독경인 알 수 없는 티벳말들과 이 젊은 여성들의 글들이, 시건 에세이건, 어디가 뭐가 다른가?

 

* 독서를 조금씩이라도 더 정신머리 있게 해 보도록 하자. 책쪽으로 나를 옮겨 놓아야 한다. 이제 눈이 성하여 독서를 할 날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 일상의 갈피마다 붙들고, 들여다보고, 가다듬을 것들(물건, 사람, 일 또 무엇무엇무엇들 다)인데, 이 트랙이 마지막인데, 정신머리.

* 대학 때 은사님 말씀을 불쑥불쑥 생각하게 됐다. '군은 그 허무와 맞서 싸워 이기거나 허무의 밑바닥까지 가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