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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

은은 2010. 4. 28. 01:00

1. <하하하>는 홍상수 감독의 열 번째 장편영화라고 한다. 출연 배우는 김상경, 문소리, 유준상, 김민선, 예지원, 윤여정, 김강우 등. 배경은 경남 통영. 서울에서 영화 감독을 하는 문경(김상경)과 그의 친한 선배 중식(유준상)이, 청계산 밑에서 만나 각자의 통영 여행의 추억을, 좋은 것만  이야기한다는 얘기.
영화는 유쾌하고 재미있다. 정말 진짜로. 여자 입장에서, 그 동안의 홍상수 영화의 여자 주인공들과 달리, 이번 영화의 여주인공 왕성옥(문소리)은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하, 하, 하!

2. <씨네21> 독자 초청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게 된 것이었는데, 영화 상영 뒤에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될 줄 몰랐다. 알았으면 카메라와 사인지도 준비해 갔을 건데!
정한석 기자께서 사회를 보고 홍상수 감독, 문소리, 유준상 씨 들이 참여했는데, 한 시간 여 정도의 대화('대화'라기보다, 사화자의 말에 의하면 참여한 관객들이 수줍음이 많은 편이어서 사회자의 진행에 따른 토크쇼 정도였는데도)가 끝나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더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같이 탄 남자 관객들도 그렇더군!
그 자리의 기운이 대단했던 듯. 그렇게 별로 소란스럽지도 않은 자리였음에도.

3. 그런 자리는 처음이었는데, 물어보고 싶은 것들과 전하고 싶은 말들이 마음 속에서 계속 꿈틀거렸지만, 질문을 하기도 전에 마음 속에서 하는 혼잣말이 벌써 발발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손을 들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토록 어딘가에 끼어서 한 마디 하고 싶어졌던 것이 얼마 만인지!
젊은 청년들이 주로 질문을 했는데, 겉으로는 그렇게나 어려 보이는 아해들이, 마이크를 들고 어찌나 의젓하게 말들을 잘 하는지, 물론 나처럼 목소리가 떨리고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일 따위도 없이!
'여기가 어딘가' 싶었고, 여전히 '꿈이 현실인 곳'의 공기를 오랫만에 호흡한 기분.

4. 뭘 물어보고 싶었었지?
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에 관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있었는데,
일테면, '젊은 남자와 여자 연애 얘기만 하다가, '밤과 낮'에서 조강지처가 등장했었고, 이번에는 아버지(큰아버지)와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런 사실로 볼 때 궁극에는 홍상수표 홈무비가 나올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따위의 질문이었던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은 궁금한 인물인데, 실제로 보아도 뭔가 힌트 같은 것(?)을 못 얻었다.

5. 집에 오는 버스를 타고 서 있느라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는데, 가만 보니 내가 신경 쓰는 사람들은 모두 젊은 애들이란 것을 발견!
나는 나를 그 나이로 여기고 산다는 증거.
영화관 앞에 서 있는 감독에게 '영화 잘 봤습니다'라고 말할 때 감독의 반응이 시답지 않았던 것도,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화들짝 납득했다. 피곤하고 우울하고 재미라고는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누리끼리한 아줌마가 거기 있더군.

6. <하하하>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해야겠다.
유준상 씨가 전한 허문영 기자의 '(앞에 흑백 스틸로 나오는) 그 두 사람이 죽은 사람 같다'는 말이 너무 강렬하여 다른 생각이 잘 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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