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

제임스 설터 단편집 <어젯밤>

은은 2010. 5. 14. 22:24

한 번 읽은 소설을 되돌아 다시 읽는 일는 나로서는 거의 없었는데
이 소설집의 단편들은 그랬다. 끝까지 다 읽고, 되돌아 아무 페이지나 펼쳐지는 대로 다시 읽었다.
에드워드 호퍼 그림인 줄 착각했던 던컨 한나의 그림 속 여인의 눈빛과 표정, 왼쪽 상단에 어두운 붉은색 명조체로 제목을 박은 표지의 분위기만으로도 손이 저절로 가게 만드는 책.
전부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가장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는  '어젯밤'은 맨 끝에 놓인 작품이다.
나는 세 번째 작품인 '나의 주인, 당신'이 가장 좋았다. 이 소설은 무척 관능적이고 섹시하다.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전부 무척 사랑스럽다. 그들은 모두 '욕망으로 순수해진' 얼굴로 지저분한 망설임이나 가책 없이 상대를 배신하고 또 다른 상대에게 매달린다. 그들은 이상하게 깨끗하다. 아마 욕망을 반성하지 않기 때문일까.
젊은날의 사랑의 열정이, 설령 그것이 지옥이었다 해도 천국 같은 지옥이었음을, 지금은 아니까, 그리움과 회한을 꾹꾹 눌러 재우며, 오직 이 소설들 속 인물들이, 어쩔 줄 모르게 사랑스러울 뿐.


-이미지출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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