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과 최종 후보작 중 김애란의 단편.
두 소설은 우연하게도 많이 닮았다.
<근처>는 인생이 불운한 40대 남자가 간암 말기 선고를 받고 고향인, 모서리 옆의 모북리로 돌아와
국민학교 운동장에 묻었던 타임캡슐을 꺼내 보고, 여자 동창생에게 낚이는(?) 내용.
<너의 여름은 어떠니>는 뚱뚱한 여자 아이가 대학 때 짝사랑한 선배에게 자신의 순정을 이용당하는 내용.
<근처>의 뒷맛은 박민규답고 <너의 여름은 어떠니>의 뒷맛은, 뒷맛은...
...그리고 습기 많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옷도 못 벗고 누운 여주인공은 눈물을 훔쳐내며...그러나 그 마지막 순간
'내가 이렇게 살아 있어서 어디선가 누군가 아팠겠다'는 생각 같은 걸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렇게 쉬운 걸 여직껏 생각하지 못할 수가 있었다니, 하는 자책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인지...
두 편을 읽고 소설가들은 참 소설을 잘 쓰는구나,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고 책을 보내 준 언니에게 털어놓았더니 언니 왈,
소설 못 쓰는 소설가들이 더 많다고, 글은 매끄럽게 잘 쓸지언정.
언제나 나는 너무 쉽다. 소설과 글을 분리할 생각 같은 건 누가 일러 주기 전에는 잘 못 한다.
어제는 중학교 동창 녀석을 만나 맛있는 육고기와 바다고기를 먹고 즐겁게 이야기하고......그런데 거지같이 헤어졌다.
이 녀석 단단히 마음이 상했는지 문자에 답도 없다.
그런데 나는 문자에 답이 없을 때까지 그 녀석이 마음이 상했을 거라는 생각을 손톱의 100분의 1만큼도 하지 않았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답이 안 오는 순간부터 돌이켜 생각하니 이 친구 기분이 참 드러웠겠다는 생각이 들고,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또 모래알처럼 씹히고 한다.
어찌하리. 구할 수 있는 건 이 문자로 된, 화장지 한 겹만도 못한 체념 같은 수긍과 아주 엷은 눈물기가 깔린 자위뿐이다.
그런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만이
그렇게 촉촉하고 여린 문체로 글을 쓸 수가 있다.
문체라는 건 정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의 모든 것을 드러낸다.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아프게 알아버린 사람은
우니 르콩트 감독과 같은 표정을 가진 사람이 된다.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아프게 알아버린 뒤에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고도 기차에 치여 죽지 않는 수가 있을까.
속임 없이? 이런 질문이, 이런 미련이 구차하고 찌질한 것을 알지만
어떻게도 할 수 없도록 그런 것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근처>를 맴돌게 된다. 나야말로.
두 소설은 우연하게도 많이 닮았다.
<근처>는 인생이 불운한 40대 남자가 간암 말기 선고를 받고 고향인, 모서리 옆의 모북리로 돌아와
국민학교 운동장에 묻었던 타임캡슐을 꺼내 보고, 여자 동창생에게 낚이는(?) 내용.
<너의 여름은 어떠니>는 뚱뚱한 여자 아이가 대학 때 짝사랑한 선배에게 자신의 순정을 이용당하는 내용.
<근처>의 뒷맛은 박민규답고 <너의 여름은 어떠니>의 뒷맛은, 뒷맛은...
...그리고 습기 많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옷도 못 벗고 누운 여주인공은 눈물을 훔쳐내며...그러나 그 마지막 순간
'내가 이렇게 살아 있어서 어디선가 누군가 아팠겠다'는 생각 같은 걸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렇게 쉬운 걸 여직껏 생각하지 못할 수가 있었다니, 하는 자책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인지...
두 편을 읽고 소설가들은 참 소설을 잘 쓰는구나,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고 책을 보내 준 언니에게 털어놓았더니 언니 왈,
소설 못 쓰는 소설가들이 더 많다고, 글은 매끄럽게 잘 쓸지언정.
언제나 나는 너무 쉽다. 소설과 글을 분리할 생각 같은 건 누가 일러 주기 전에는 잘 못 한다.
어제는 중학교 동창 녀석을 만나 맛있는 육고기와 바다고기를 먹고 즐겁게 이야기하고......그런데 거지같이 헤어졌다.
이 녀석 단단히 마음이 상했는지 문자에 답도 없다.
그런데 나는 문자에 답이 없을 때까지 그 녀석이 마음이 상했을 거라는 생각을 손톱의 100분의 1만큼도 하지 않았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답이 안 오는 순간부터 돌이켜 생각하니 이 친구 기분이 참 드러웠겠다는 생각이 들고,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또 모래알처럼 씹히고 한다.
어찌하리. 구할 수 있는 건 이 문자로 된, 화장지 한 겹만도 못한 체념 같은 수긍과 아주 엷은 눈물기가 깔린 자위뿐이다.
그런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만이
그렇게 촉촉하고 여린 문체로 글을 쓸 수가 있다.
문체라는 건 정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의 모든 것을 드러낸다.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아프게 알아버린 사람은
우니 르콩트 감독과 같은 표정을 가진 사람이 된다.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아프게 알아버린 뒤에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고도 기차에 치여 죽지 않는 수가 있을까.
속임 없이? 이런 질문이, 이런 미련이 구차하고 찌질한 것을 알지만
어떻게도 할 수 없도록 그런 것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근처>를 맴돌게 된다. 나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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