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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은은 2015. 10. 7. 11:42

 

 

 

 

지난 금요일 씨네큐브에서.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감상글을 걸어 둔다.

http://blog.naver.com/lifeisntcool/220492922934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하여는,

남자 평론가와 여자 평론가의 감상의 방향이 같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의 영화를 호평하는 남자들은 이제 그의 영화에 '술을 마시고 예쁜 여자에게 구애하는 남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아예 신경쓰지 않는다.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계속 다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동진 평론가는 이번 영화를 보고 반복되는 상황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게 각인되었다고 썼다.

과연,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홍상수도 이제 늙는구나'

'이제 예쁘게 보이는 여성들과의 나이가 너무 차이가 커서 그녀들을 여관으로 차마 데리고 갈 수가 없나 보다. 대신 영화를 내미는구나.'

'어쩌면 이 감독은 관습과 허례에 찌든 남한에서의 남녀간의 '사랑'을 구하기 위해 홀로 싸우는 전사가 아닐까, 이 정도면?'

과 같은 생각들을 흘리는 나에 비해 저 이동진 님의 감상은 얼마나 산뜻하고 세련되었는가.

그러나 '여자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해도

너저분한 이 '줄거리'를 없는 듯이 무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김혜리 기자는 홍상수 감독의 어떤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고 쓴 적이 있다.

그 경지 또한 나는 짐작도 못하겠다.

영화의 어느 순간이 그녀의 어느 지점과 만났기에 눈물이 났을까.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마도) '베테랑'이나 '사도' 같은 영화를 물끄러미 보면서 이 감독은 죽어라 솔직하게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좋다. 나도 이쪽이 더 좋다.

 

아직도 '예쁜 사람'을 찾고, 보이면 사랑을 고백하고, 속살을 갖다 대는 것이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가 부럽다(작품과 작가의 삶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하지만, 감독도 차마 자기 영화의 관객에게 그런 요구를 할 수는 없으리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것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된 아줌마 입장에서는.

 

 

* 오랜만에 김헤리 기자님의 블로그에 들러 봤더니 이 영화에 대한 씨네21 기사와 홍상수 감독 서면 인터뷰가 있었기에, 여기 걸어 둔다. 두 편의 제목이 똑같은 것이 아니었구나..내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로 제목을 잘못 알고 있었던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이로써, 제목의 띄어쓰기 안 한 것을 감상(?)한 이동진 평론가에게 이번에는 김혜리 기자 승!

http://imagolog.blog.me/220497695078

 

처음 읽고 나서는, 나의 도저한 아줌마식 태도를 각성하고, '그 세계'로 돌아갈 수조차 있을 것 같은 감상을 얻었다.

그것은 과연 '믿음의 세계'로군, 하고 생각했다가,

(기사를 쓴 사람의 종교적? 자세도 큰 몫을 해서)

오늘 다시 읽어 보면서는 과도한 경의가 조금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고...

물론, 무엇이든 착하게 보아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맞기는 하다마는..

 

또 하나,

이토록 명백하게 흥미로운 구성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도, '남녀상열지사'에서 한 발작도 나가지 못하는, 않는 나의 고집은 나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