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중.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이후로 이처럼 다른 나라의 역사를 요약적으로 읽어 보기는 처음.
재밌네.
저자가 첫머리에서 발리의 매력의 하나로, 사람들은 남녀 모두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들이 많다고 했는데, 분명 그러할 것이다.
지난 여름에 만난 서너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였다.
마지막날 호텔에서 공항까지 차로 바래다 준 젊은 청년이 생각난다.
그는 부업으로 픽업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관심은 오직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발리 전통 음식으로 바비 굴링을 적극 추천해 주었었지.
먹어 보지 못했다.
저자에 의하면 발리는 서구인들의 유입 시기에 발맞추어 자신의 자연과 전통 문화를 낙원 이미지로 잘 연출함으로써 관광지로 성공한 섬이다.
발리와 인도네시아 주요 본섬과의 관계는 곧바로 우리나라 본토와 제주섬의 관계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주 방언은, 국어의 정의를 통역이 없이 의사 소통이 가능한 언어,하고 볼 때, 국어라기보다 외국어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 볼 만큼 본토의 언어와 다르니,
제주의 역사 또한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나름의 역사를 지어 왔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인도네시아와 발리는 인더스 문명(인도의 불교와 힌두교)의 영향권에 속하였고 우리나라는 황하 문명(중국 유교 문화)의 영향권에 속했다는 점이 본질적인 차이일 것이다.
서구 제국들의 식민지 전쟁 시대에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중간에 위치한 발리는 네델란드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 일본이 참전하면서 일본의 지배를 잠시 받았고, 이후 독립과 군사 독재를 거쳐 민주 국가를 설립하는 과정은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비슷한 것 같다.
제주도와 비할 수 없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고, 종교적으로도 인도네시아가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다시피 하는데 발리만 힌두교도가 많다는 두 가지 특징이 발리를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적인 섬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하는 듯.
(이 책을 읽으며 내용과 크게 상관없이 계속 떠오르는 질문 하나, 도대체 우리나라에는 언제 기독교가 들어와 어떤 경로로 세를 불린 것일까. 이웃 일본만 해도 토착화된 불교가 지배적이고 기독교가 영 세를 형성하지 못하였고, 그것이 우리나라와 일본 사회를 무척 다르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온다 리쿠 여사가 서울과 강원도 등을 여행한 이야길 쓴 책에서 어디 가나 번쩍이는 네온 십자가를 우리나라를 특징 짓는 풍경이라고 적었던 것이 생각난다.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기독교 세력이 아니라 불교나 카톨릭이 득세를 하게 됐다면 사회가 지금 같지는 않았으리라.)
마음 속에 남는 '발리'는 아마 자연과 종교에서 기인하는 사람들의 품성의 향기가 아닐까.
해변의 석양과 분위기에는 잊지 못할 기운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인간세의 끝에서 다른 땅으로 건너갈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이 책이 2010년에 나왔으니 그 사이 발리는 책의 내용과 무척 달라졌으리라.
변화의 속도가 하루 한 달에도 몇 배속이 되는 시대이니.
그런데 발리를 일컫는 '신들의 땅'이라는 수사는 이 책에서 기원한 것일까.
책 사진을 찾아보려고 검색을 했더니 온갖 여행사와 여행 상품, 뉴스 제목이 천편일률로 '신들의 땅'으로 발리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네.
이슬람교도가 많은 인도네시아 주요섬들과 달리 발리가 다신교인 힌두교도가 많다는 의미라면, 힌두교 국가가 한둘인가.
너무도 적절한 수사라서 그 상투성을 감수하면서도 쓰고 싶어지는 표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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