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터의 에세이를 읽다가 서효인의 시집 <여수>를 두어 장 읽음.
이 시집은 지명을 제목으로 삼고 그 장소에서 벌어진 시인의 개인사를 행과 연 구분 없이 쓴 시편들의 모음인데, 이런 형식의 글이 시가 되는 것은 정서와 문장의 호흡.
설터의 에세이들이 훨씬 시 같다. 설터의 문장은 날카롭고 아름답고, 그것은 붙잡을 것 없는 이 일상의 공포스런 무미함을 견디게 한다. 순간에 영원처럼 집중하는 집중력과 섬세한 관찰. 거기서 구원의 힘이 솟아난다.
설터의 이 여행 산문집은 그가 아흔의 나이로 죽기 십 년 전에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집필과 출판의 시간 차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죽기 십 년 전 여든의 나이에 회고하며 쓴 글이라고 하면, 감각의 날렵함과 문체의 힘이 참 대단한 바가 있다. 여전히 문학 청년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2. 문체와 관련하여, 헤밍웨이와 버지니아 울프를 독서 목록에 올림.
3. 김영하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을 정리하다 만 글이 임시 저장되어 있다. 김영하는 끝끝내 하루키를 모델로 삼고 참 열심히도 그를 좇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소설집을 읽고 든 생각은 그것이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고,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하루키처럼, 이 사람도 그 지점을 향해 좌표를 그리며 소설을 쓰고 있구나. 베스트셀러의 문체로 노벨상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나 할까.
4. 설터의 한 문장 ; 우리가 사는 것은 삶이 아니다. 영원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아름다운, 삶의 보상 같은 것이다.(183쪽)
5. '부모 학대'를 입에 올리는 모친과 나에 대해 생각하다, 먼지 같은 생명체의 먼지 같은 일생이란 말 맞고, 거기서 태어난 나 역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우연한 생명체일 뿐이란 말 맞다. 어쩌다 여기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6. 빵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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