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70720 학산도서관

은은 2017. 7. 20. 11:22

1. 설터의 에세이 <그때 그곳에서>를 읽다가

'그는 세기가 포효하며 과거로 흘러가는 사이 그림을 그렸다.' 같은 문장을 발견한다.

프랑스 시골의 보나르 별장을 묘사한 글을 읽다 보면 나온다.

'세기가 포효하며 과거로 흘러가는 사이'란 대공황, 세계대전의 시간을 말하는 것일 게다.

'엄청난 전쟁, 위기, 파업, 몰락, 어떤 것도 작품에 남아 있지 않다. 사회적 만족은 없고 오직 감정적 만족만 존재하는 그림'이란 문장이 뒤에 이어진다.

그 소용돌이를 적확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단 몇 단어로, '세기가 포효하며 과거로 흘러가는 사이'.

죽을 것만 같을 때 '죽을 것만 같아요'라고 말하는 행위는 살아갈 힘이 된다.

이와 관련된 최승자 시인의 멋진 글귀가 있었고, 그걸 외고 있었던 것 같은데 떠오르지 않네..

 

2. 누군가의 소개로 <너무 재밌어서 잠못드는 세계사>를 읽었다.

일본 입시 학원의 유명한 세계사 강사가 쓴 책.

뒤의 후기에 이 사람의 집필의도와 욕망이 말끔히 드러나 있다.

이 사람은 역사의 '왜'를 설명하려는 야망이 있다.

그가 찾은 '왜'는 '돈 때문'이다.

단순 명쾌한 맛은 있지만, 입시 세계사의 한계 또한 분명한 책.

내 입장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관념이나 허구가 아닌 '사실'에 관한 책을 구입했다는 사실이 무척 의미심장.

역사가 사실인가에 대한 논의는 둘째친다면.

 

3. 오전 알라딘에서 <모든 것은 빛난다>라는 책을 주문.

'쏟아져 나오는 책의 양 x 생물인 인간의 생로병사'를 계산하면 이제 무엇을 읽느냐, 얼마나 읽느냐는 무의미하다.

책을 잡고 있는 순간의 내 정신이 어디쯤, 어떤 자세로 있는가가 중요하고, 그 거울이 마련되면 그 앞에는 사실 어떤 문자를 들이밀어도 굉장히 의미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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